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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드창의 숨을 통해 생각하게 된 인간, 사회 그리고 과학기술
    Data Engineering/Books 2024. 9.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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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마침 이번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강제성이 없으면 절대 안 읽는..). 컴퓨터 공학과 출신의 소설 작가라니,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책 전반에 과학적 - 특히 컴퓨터 기술적 - 지식이 많이 녹아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겨진 과학적 기반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솔직히 말해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어렵게 느껴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소설을 좋아했는데, 이 책과 꽤 닮은 점이 있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것과 단편집이라는 것. 그렇지만 <나무>는 정말 공상과학적인 내용이라면, <숨>은 상상한 미래로부터 인간과 사회,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나무>를 너무 오래전에 읽어 잘못 기억하는 걸 수도 있음..). 아무튼 2003년에 상상한 미래와 2019년에 상상한 미래는 꽤 달라서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우리가 해야할 일>, <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이었다. 첫 번째 단편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는 결국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과거를 바꿀 수 없으며, 미래로 간다고 해서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이는 두 번째 단편집 <우리가 해야할 일>에서 이야기하는 자유의지와도 맞닿아있다. 미래가 정해져있다면 자유의지란 존재하는 것인가? 과거로 인해 미래가 정해진다면, 현재의 우리는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요즘 세대에 비슷한 이유들로 현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미래도 기대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대로 갈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노력하고 있는 현재가 과거가 되는 것이고, 이 과거가 미래를 만든 것이다. 결정론적으로 보면 미래가 정해져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과거에 그러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미래가 된 것이다.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 뿐이지만, 그 것으로 충분합니다.

    번외로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에서 디지털 애완동물이 성매매의 대상이 되어가는 과정이 표현되었는데, 책에서 직접 언급되긴 했지만 과거의 여성이, 사회적 약자들이 어떻게 성산업의 공급자가 되어가는지에 대한 흐름을 아주 짧은 글로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평행 우주와 관련된 내용, 인공지능에게의 권리 부여, 망각의 축복에 관련된 내용 등이 있어 생각하면서 읽느라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 책이었다. 평행 우주는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티났겠지만 몇 편은 그냥 건너뛰었는데, 마저 읽고 이 글에 추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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